하나님의 때-카이로스-를 분별하는 지혜 (손성무 목사)

우리는 보통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데 있어서 '이것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가, 원하시지 않는가'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언제(when)가 하나님의 적기(right time)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 '때'의 중요성을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전3:1)
헬라어에서는 일반적인 시간의 개념을 나타내는 '크로노스'란 단어와 구별하여서 하나님의 특별한 때 혹은 역사의 중요한 일이 일어나는 특정한 때를 '카이로스'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흔히 등장하는 '때가 차매'라는 표현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데 있어서 이 '때'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아무리 그것을 하나님께서 원하신다고 하더라도 이 하나님의 때(카이로스)를 제대로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대상12:32에 보면 다윗의 군대 중 잇사갈 지파에 대한 설명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잇사갈 자손 중에서 시세(the times)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두목이 이백 명이니 저희는 그 모든 형제를 관할하는 자며"
이 말씀은 하나님의 정확한 때 즉 카이로스를 분별하는 사람만이 그 이후에 마땅히 행할 바를 분간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의 자격이 있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추진하다가 한계에 부딪쳤을 경우 "계속 이 일을 추진해야 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 때에 우리들에게 가장 유용한 지침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이 때야 말로 그 일이 처음 시작된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첫 출발점으로 돌아가 그 일이 과연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 것인가를 자문해야 됩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출발하지 않은 모든 것은 언젠가는 허물어지기 마련입니다.
옛날 중국고사에 이런 얘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 사나이가 마차를 타고 북쪽을 향해 급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이상히 여긴 마을 사람 하나가 그를 세우고 물어보았습니다.
"어디를 그렇게 급히 달려가십니까?"
"초(楚)나라로 가는 길입니다."
"아니, 초나라는 남쪽인데요?"
"이 말은 기막히게 잘 달리는 명마(名馬)입니다."
"말은 잘 달릴지 모르지만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여비가 많으니까 걱정 없습니다."
"그래도 길이 틀린데요."
"마부가 좋아 아무 걱정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해도 첫 출발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것은 가능성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우리 속담의 지혜를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첫 출발이 옳은 것이라면, 그리고 순수한 동기로 그 일을 지속해 왔다면 그 때의 장애는 하나님의 포기의 사인(sign)이 아닌 넘어서야 할 장벽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우리 속담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격언이 적용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치 아니하니라"(눅9:62)는 말씀을 되새겨야 할 시점입니다.
하나님의 때-카이로스-를 분별하는 지혜는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기도제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11
1